<그들만의 명예 Honor Diaries>


감독파울라 퀘스킨
국가Canada, USA
제작년도2013 년
상영시간60'
장 르Documentary
영화정보HD | color | E



이 영화는 무슬림 사회에서 활동해 온 9명의 용감한 여성인권 운동가들의 대화로 채워져 있다.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직접 목격해 온 이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 그 이상에까지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목소리는 여성 인권의 참상에 대한 몰이해 그 자체인 '정의'의 무력함을 폭로한다. 이동권, 교육권의 박탈은 물론 강제 결혼과 여성 할례는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문제이다. 

아랍의 봄 이후, 그동안 침묵해야 했던 여성들은 기나긴 성차별과 억압의 역사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화 <그들의 명예>는 무슬림 사회의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알리고, 나아가 행동하도록 하는 운동이다.

“당신에게 명예는 무엇입니까?” ‘그들’의 ‘명예'를 위해, 종교와 사회적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행되는 명예살인과 폭력의 역사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영화는 무슬림 사회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여성주의와 여성운동의 필요성, 연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저마다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여성 인권 운동가들을 보며 우리는 희망을 본다.

파울라 퀘스킨 Paula Kweskin

<그들의 명예>의 감독 파울라 퀘스킨은 영화감독과 인권변호사를 겸직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채플힐 대학에서 학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수료했으며 현재 뉴욕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아르헨티나의 마이크로 크레딧 주민 법안 발의, 범죄자특별송환판결 피해자 변론, 가정폭력 피해자 구제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인권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있다.


메모를 하지 못해 기억에 의지해 정리함. 구체적인 대사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1. 성차별 gender apartheid

- 이란에서 여자는 '법적으로' 남성의 절반짜리 사람에 불과하다. 증언력이나 권리 등을 남성의 절반만 인정받기에 양육권이나 상속 등에서도 매우 불리하다고. "여성은 2등시민이에요. 몸도 자기 것이 아니죠."

- "여자는 정숙하게 행동해야 해요. 트위터, 페이스북도 금지죠."

- 여자는 마음대로 공공장소에 있을 수 없다. 보호자가 있는 경우는 예외다. 보호자는 첫번째로는 아버지고, 그 다음은 남편, 그 다음은 아들이다.

- "이동의 자유가 제한됩니다. 마음대로 외출하지 못해요. 언제 나갈까? 누구와 나가지? 언제 돌아와야 할까? 그런 걸 끊임없이 확인해야 해요."

- 여성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 "저는 교육받은 직업인이에요. 운전할 줄 알아야죠." (운전을 하려는 한 여성)

- "저희 어머니, 할머니 대는 히잡을 쓰지 않았어요. 옷도 마음대로 입었죠. 여자들이 교육도 받고, 의사나 판사도 됐어요." 이란은 1978년 혁명이 일어나고 1979년 새 정부가 들어선 후 현재의 여성차별 상태에 들어섰다. "여성의 지위는 100년에 걸쳐 발전해왔어요.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처음으로 돌아간 거죠."

- "남자들은 이렇게 말했어요. 그깟 천쪼가리 하나를 상징적인 의미로 머리에 두르는 게 뭐가 문제야. 민주주의와 자유가 중요하지! 저는 그때도 이렇게 말했죠. 장난해? 진짜로? 당연히 다르지. 머리에 천쪼가리를 둘러야 한다는 건 전혀 다른 세상이에요. 자기들이 하루종일 터번을 써보라지."

- 복장이 불량한 여성은 길에서 공개 채찍형을 받는다. 때리고, 도망가고, 휘두르고, 쓰러지는 장면들. 길 가던 여자가 복장 불량이라고 경찰들이 차에 강제로 태우는 장면.

- "'부도덕한 행위'가 법에 정해져 있어요. 아예 조문을 만들었죠. 거기에 '부도덕한 복장' 조항도 있어요. 그런데 어떤 게 부도덕한 복장인지 규정은 없어요. 아무 남자나 지나가는 여자를 세워서 복장 검사를 할 수 있어요. 아무 남자나요. 복장이 불량하면 법원에 가요. 저도 두 번이나 다녀왔는걸요. 누가 날 부르더니 복장이 안 좋다는 거예요. 치마 앞이 갈라져 있다고요. 어쩌라는 거야. 벗을까요? 했더니 그러더라고요. 안 돼! 결국 저를 감당 못한 남자가 경찰로 넘겼죠."


2. 여성할례
- 여성할례에 관한 규정은 코란에 없다.

- 포경수술과는 전혀 달라요. 오로지 억압할 목적으로 하는 거죠. 성기를 잘라낼 뿐 아니라 질을 꼬매기도 해요. 손상, 감염, 사망.

- "다리를 벌린 순간 '이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마자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죠. 순식간에 50쌍의 손들이 달려들어 나를 누르고 내 입을, 내 코를 막았어요. 나는 계속 난동을 부리며 싸웠죠. 싸우고, 싸우고, 싸웠어요. 뭔가 잘려나가는 소리를 들으면서요."

- "5살 때였어요. 어머니가 절 할례하는 여자에게 데려갔죠. 저를 두고 둘이 가격 흥정을 했어요. 어머니가 돈을 더 주면서 부탁했어요. 새 면도칼을 써달라고요."

- "제 동생은 할례를 받다가 죽었어요." "정말요? 몇 살이었나요?" "생후 1주일이었어요." (미국 TV 인터뷰에 나온 익명의 남자애)

- 이민국에서 이런 시술은 불법이므로 아이들을 할례시키기 위해 고국으로 데려가기도 한다고. "이 아이들에게 이번 연휴는 자신의 성기 일부 또는 전부를 잘라내는 때가 될 것입니다."

- "제가 잘 알아요. 할례는 여자들에게 좋아요. 할례를 한 여자애들은 키도 크고 예쁘니까 청혼을 받아요. 안 한 애들은 작고 뚱뚱하죠." (할례를 옹호하는 한 할머니 대답)

- "이슬람 여자들이 정숙한 이유는 할례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 데서나 성욕을 발산하는 서양 여자들과는 다르죠." (TV 토론 같은 데 나온 율법학자)

- "삼촌 집에 갔는데 그집은 딸들 할례를 한다고 음식을 차려놓고 잔치를 벌였어요. 저는 할례의 위험성을 정리한 작은 책자를 들고 조용히 삼촌 방에 들어가 책자를 전했죠. 이걸 막아달라고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할례를 할 때 삼촌이 울면서 나와 딸에게 몰랐다며 무릎 꿇고 속죄를 했어요. 둘째 딸은 다음 날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중지됐죠. 어머니는 그 일로 저를 불러 채찍을 때렸어요. 감히 남자에게 그런 (여자들의) 이야기를 했다고요. 하지만 그 집은 달라졌어요. 두 사촌은 결혼을 했고, 두 집 다 할례 전통을 끊었어요."

- "남자들은 여자의 일이니까 모른다고 하죠. '누가 하랬나?' 하고요. 여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으니까요. 알아서 결정하라고요. 왜 아무도 가부장제에 의문을 품지 않죠?" / "딸 가진 엄마들은 아는 거죠. 순종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걸요. 할례를 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못하니까요." / "여성이 공범자가 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은 가부장제를 지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죠. 여자들이 알아서 지탱하니까요."



3. 조혼

- "14살 때 부모님이 저를 불러 사진을 보여줬어요. 8살에 약혼한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과 결혼하라고요. 거절하면 가문의 명예가 손상된다고.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몇 주 동안 절 감금했어요. 풀려나려고 결혼하겠다고 한 뒤 도망쳤어요." (맨 처음 시작하는 장면)

- "알린다(?)는 10살이지만 이미 결혼하고 이혼했습니다. 그녀가 성관계가 싫다고 하자 남편은 그녀를 강간했습니다. 남편은 그녀를 폭행하고 강간하고 친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는 처벌은커녕 법에 따라서 보상을 받았습니다."

- "그가 저를 만졌어요. 제 안에 넣으려 해서 저는 싫다고 했어요. 그는 상관하지 않고 저를 이용utilize했어요." (8살 여자아이)

- 전문가들은 조혼이 부인과 아이 모두가 단명하는 원인이라고 한다.

- "저는 제 사촌과 결혼하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데요?' 하니까 집안 남자들이 모두 웃었어요. '사랑? 그런 게 어디 있어?' 라고요. 사촌은 3년 동안 매일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찾아왔어요. 마음이 바뀌었는지 확인하려고요. 마침내 고모가 말했죠. 네가 거절하면 우리가 가문에 영향력이 없어진다고요. 저 말고 다른 애들을 강제로 결혼시키지 못하게 된다고요. 아니 강제 결혼을 안 시키면 되잖아요?"

- "저는 좋은 남편을 만났고 행복한 결혼을 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그렇지(연애결혼) 않았죠. 집안 어른이 그랬대요. 경사가 너무 없으니 결혼식을 열자고.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결혼이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어머니를 깊이 사랑했어요. 하지만 그건 중매결혼이지 강제결혼이 아니었어요."

- 가정폭력 상담을 받는 단체 카르마 니르바나. 하루에 600통의 전화가 온다.



4. 명예살인 honor killing

- "명예는 아주 중요한 거예요. 어릴 때부터 여자는 가문의 평판을 해칠 힘을 갖고 있다고 배워요. 가문의 명예가 제게 달려 있다고 말이죠."

- "같은 학교를 다니던 한 언니는 15살 때 결혼했어요. 갑자기 몇 달 사라졌다가 결혼한 몸으로 다시 나타났어요. 언니는 결혼한 후부터 불행하다고 했죠. 제가 집을 나오라고, 저희 집으로 오라고 말했어요. 언니는 그건 명예롭지 않다고 거절했죠. 출석일수가 한참 모자라서 한 학년 아래인 저와 같은 수업을 들었어요. 결혼반지를 끼고요. 언니는 여전히 영어로 말했지만 다시는 결코 서양식 옷을 입지 못했죠. 그리고 자살했어요. 온몸에 불을 질러서요. 그게 명예로운 방식이니까요, 이혼을 하는 것보다 말이에요. 그렇게 배운 거예요. 언니는 죽기 전에 저를 한번 바라봐줬어요. 그리고 불타 죽었죠. 그 경험으로 저는 활동가가 됐어요."

- 이라크인 기독교도를 돕는 활동가가 자기 공동체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종교의 문제일 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슬람교 외에도 힌두교에서, 남아시아에서도 명예살인이 일어난다고 반박당했다. 명예살인은 (종교를 따라서가 아니라) 남아시아에서 전속된 풍습이다.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없이 일어나죠."

- "저희들은 명예는 날씨 같은 거라고 하죠."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조절할 수 없으니 그냥 당해야 한다는 뜻인 듯. "명예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에요. 하지만 이 질문이 희생자에게 돌아가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거죠."

- "룩사나라는 친구가 생각나요. (울먹임) 죄송합니다. (침묵) 룩사나는 15살 때 학교를 중퇴했어요. 결혼하려고요. 애가 사라졌는데 아무도 몰랐죠. (미국에) 돌아왔을 땐 임신 7개월이었어요. 고국으로 떠났다가, 배가 불러 돌아오는 거예요. 룩사나가 집에 돌아갔을 때 그 애 어머니가 오빠 둘과 막내 남동생을 같이 앉히고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네 애가) 그 남자의 아이라는 걸 믿지 않는다. 선택지가 있어. 지우든가, 여기서 죽든가.' 룩사나가 불명예라는 거죠. 아들 둘을 시켜 뒤에서 다리를 누르고 목을 졸라 죽였어요. 막내는 그 옆에서 그 모습을 보게 했죠. 보고 배우라고요. 명예를 어떻게 지키는 건지. 그 어머니는 종신형을 받았어요. 제가 교도소로 강의를 나갈 때 그 교도소도 갔었어요. 강의를 한 13년 동안 한 번도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죠. 대신 교도관을 통해 제게 말을 전했어요. 자기는 명예와 알라의 이름으로 했다고요."



5. 명예폭력

- 딸에게 산을 부어 죽인 부모가 구속됐다. 딸이 남자애를 돌아봤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보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돌아보더라고요. 제가 때렸고 애 엄마가 산을 가져왔어요." (아버지) "그 애는 그렇게 갈 팔자였어요." (어머니)

- "(이란) 혁명 초기에는 화장을 하는 여자들에게 면도칼을 들이대기도 했어요. 립스틱은 금지였죠. 제가 립스틱을 발랐을 때 어떤 여자가 제게 다가와서 '그건 부도덕한 거야. 내가 지워줄게.' 하며 휴지를 꺼냈어요. 옆에 있던 여자가 '손수건이 더 나을 거야.' 이러면서 손수건을 내밀었어요. 제 립스틱을 지우는 척 하면서 입술을 찢어놨죠."

- "명예살인, 폭력이 용인되기 때문에 처벌은 매우 가벼워요.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도 있죠. 명예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아요."

- 갖가지 방법으로 맞거나 죽은 여자들이 나온다. 15대를 맞아 얼굴이 조각조각 난 여자. 살아있는 채로 남편에게 코와 귀를 잘린 아내. 습격당해 산을 맞고 폭행당하고 강간당한 뒤 길에 버려진 대학생들. 남자친구가 생겼다, 말대답을 한다, 서구화됐다westernized는 이유로 살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사건은 파키스탄, 인도, 수단 등 이슬람 국가만이 아니라 독일,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서구에서도 일어난다. 여자들은 해당 국가의 행동양식을 받아들이지만 공동체/남자 가족이 이를 용납하지 않을 때.

- "학교에서 멍투성이로 다녀도 보호받지 못해요. (백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담당 기관에 신고하고 아이를 보호하죠. 하지만 무슬림 아이들은 멍투성이 그대로 내내 학교를 다녀요. 담임도 이렇게 말해요. '걔넨 그래.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무더기로 자퇴하고.' 수많은 여자애들이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요. 한 마을에서 무슬림 소녀 110명이 사라지기도 했는데 말이에요." / "보여주려 해도 보지 않아요. 여기 상처도 보여줄 수 있다고요, 하고 목을 보여주면 어서 히잡 도로 쓰라고 하죠." 

- "경찰에 신고해도 돌려보내져요. 그러고 사건이 일어나면 '정말 죽을 줄 몰랐다'고 하죠." 한 여성은 아버지에게 살해당할 뻔한 후 경찰을 찾아갔으나 경찰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아버지의 살인미수로 병원으로 실려간 그녀를 촬영했지만 그 영상은 결국 자료로 쓰이지 못했다. 경찰은 그녀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 "명예살인을 이해하지 못한 거죠. 구체적인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했는데도요. 기록을 보니까 자길 죽일 책임이 있는 사람 목록을 전부 적어서 제출했더라고요."

- "샤피아 사건은 정말 충격이었죠. (캐나다에서 파키스탄인 아버지가 딸을 죽인 사건. 딸이 연애를 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에 구속된 그 아버지는 '그 일을 처리하고 저 자신한테 정말 잘했다고 속삭였어요. 100번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할 겁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사람들은 그걸 문화라고 말했죠. 일부 캐나다 사람들은 동정하기까지 했어요. '그런 문화에서 자랐는데 어쩌겠어. (으쓱)' 그걸 보고 캐나다에 있는 아프간 사람들이 얼마나 분노했는데요! '자기가 우리를 대표하나!' 하고요. 그건 문화를 존중하는 게 아니에요." / "(그런 사건을 보고도) 그걸 문화라고 여기는 건 인종차별 같아요." / "인권 문제라는데 받아들이질 못하죠. 여성 인권이 무너지고 있는데 문화상대주의가 왜 나오냐고요."

- "책임지기 싫으니까 외면하는 거예요. 문화로 차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거죠. 자칫하면 이슬람공포증이라고 욕을 먹으니까요." /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제가 무슬림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면 이슬람공포증이라고 진작에 제지당했을지도 모르죠." / "이슬람공포증이라는 신조어가 이런 현상을 대변해요. 이슬람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건 별개의 문제죠. 이건 인권 문제입니다. 저는 강연을 나가면 이렇게 말해요. 받아들이지 말라고요. 욕 좀 먹으면 어때요? 욕은 아무리 먹어도 죽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걸 지적하지 않으면 누군가 죽어요. 그러니 용기를 내라고요."



6. 마무리. 공포와 다짐.

- (한 활동가가 아들들에게) "어머니가 이런 사람이란다. 어떻게 생각하니?" "방범용 스프레이 갖고 다니세요. 어머니가 다니는 나라 때문에 드린 게 아니에요. 조심하세요. 위험한 사람이 다가오면 물리칠 수 있어야죠. 강력한 표현을 할 거면 강력한 무장을 하세요." "사실 네가 준 스프레이 버렸어. 여행 중이었거든. 하지만 다시 구입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 "저는 독실한 이슬람교도에요. 이슬람을 악마화하는 시선도 많지만, 제게는 종교가 힘의 근원이에요. 하지만 교리에 남자들이 우리를 갖고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고 써있다면, 그걸 어떻게 바꾸죠?" ... "이메일로 협박이 정말 많이 와요.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런 건 넘어갈 수 있죠. 살해나 폭행 위협도 엄청나게 와요. 특히 구체적인 성폭행 위협을 받으면 정말 무서워요."

- "강연하고 돌아가는데 누가 제 차에 폭탄을 실었다는 거예요. 목적지에 도착하니 경찰이 길다란 막대기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죠. 그들이 제 차를 샅샅이 검사하는 동안 너무 무서웠어요. 결국 폭탄은 나오지 않았어요. 그들이 그러더군요. 당분간은 애들 학교 보낼 때 주의하라고요. 제 차로 태워서 등교시키는데,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해요. 한동안은 새벽 4시에 일어났어요. 차를 꼼꼼히 검사했죠."

- "누가 묻더군요. 그렇게 살해 협박을 많이 받는데도 어떻게 계속 발언을 하냐고요. 여기는 자유 국가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잖아요. 저는 목소리라도 전달하고 싶어요. 실제로 살해당하고 실제로 타겟이 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요." 

- "저는 행복한 결혼을 했어요. 남편은 시아파고 저는 수니파라 모두 반대했지만, 사랑하고 모든 걸 함께 하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결혼하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 커다란 인권 문제. "저는 인권 활동가로 사는 게 매우 외로운 길임을 깨달았어요. 이슬람 여성 인권을 위해 움직이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죠." / "유엔 인권 이사회엔 누가 있는지 아세요? 리비아 대표가 있고, 이라크 대표도 있더군요. 자기네 나라에서 벌어지는 그런 거대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람들이요."

- "우리 모두 손을 잡아요. 할 말이 있어요. 연대합시다. 이렇게 각 분야의 활동가가 모인 것처럼, 모이면 힘을 합칠 수 있어요. 세계에 알리고 도움을 청합시다."

- 번호 41518로 문자를 보내면 $10가 후원된다. 후원금은 이 영화를 상영하는 데 쓰인다.


Posted by 라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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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의 러시안 룰렛

대담 2015. 9. 10. 22:30

  특정 성별과 부정적 특성을 결부해 비하하는 어휘를,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애용할까, 라는 의문에 대해.


  낙인을 찍고 꼬리표를 달고 이름을 써붙이는 행위가 주는 안도감 때문 아닐까. 바우만의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리뷰에 관련된 말이 나온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당시 모든 유대인은 다윗의 별을 달아야 한다는 가시적인 구별이 행해지자 "별을 달지 않은 이들은 유대인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불안전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자신의 이익은 전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 그래서 "유대인들의 고통은 오직 그들만의 것이고, 유대인의 곤경은 주민 누구에게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리된다. '김여사'의 운전솜씨를 욕하는 남자는 그런 '개념없는' 운전을 오로지 '여사'들의 몫으로 돌림으로써 여사가 될 수 없는 자신을 공격 대상에서 빼낸다. 여성을 괴물이라고 지목하면 이를 지목한 남자는 인간의 범위 안에 머무르게 된다. 특정 범위만을 지정하는 어휘는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어린 양의 피 같은 수호부 역할을 한다. 신실하고 가련한 이들이여 대문에 어린 양의 피를 뿌려 스스로를 보호할지어다. 역병은 이 표식을 보고 너희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갈지니.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것, 굳이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이라도 '남성은 폭력적이며 여성은 무해하다'는 성역할 이분법을 전제로 남성 일반을 공격한다면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체 어떤 경계선이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유대 민족이라는 경계선이 학살을 정당화할 수가 있을까? 정당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눈감아버리면 비논리적이든 부당하든 경계선은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폭력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끌어오는 경계선을 받아들였던 독일에서는, 결국 "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이 공유될 수 없다는 좌절감 속에서, 반대로 폭력에서 안전하게 분리된 자들은 그것이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안도감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자발적으로 지워버"리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차이를 전시하여 피해를 면하려는 움직임은, 경계선 밖 대상으로 지목당한 소수자들 안에서도 일어난다. '김치녀'로 공격받는 위험에 처한 여자들이 반사적으로 자기는 '김치녀'가 아니라 '개념녀'임을 증명하려 힘쓰는 것처럼. 여성이라는 범주 밖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 부족하나마 '그런 여자'와 '나'를 구분하는 방어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이는 특정 성별과 부정적인 특성을 결부해 비하하는 방식에 정당성을 쥐어주는 일이다. 폭력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보다 그것이 끌어오는 경계선 안쪽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일은 결국 폭력을 추인하는 셈이다. "어떤 유대인이 자신은 독일인 공동체로 돌아가 직업을 얻을 '차이점과 자격'이 있다고 주장할 때, 그는 그런 차이점이 없으면 격리와 절멸의 조치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정당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셈"이듯이. 성별 관련 비하와 홀로코스트가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다. 둘의 '경계선 긋기'가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지목당하는 이들에게는 꼬리표가 달리지만 지목하는 자들은 이름이 없다. 그들은 지목당하는 개개의 집단을 제외한 '그외 전부'인 집단이다. 그래서 지목하는 이들은 언제나 다수의 입장에 선다. '그외 전부'니까. 그들은 실체가 없다. 소수자들의 이름표는 공고하고 강력하게 유지되는 반면 '그외 전부'라는 안티테제+비실체는 매우 임시적인 지위다. 이쪽에 속했던 개인들은 언제든지 이름이 지목되는 순간 곧바로 안전한 익명의 그림자에서 쫓겨날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정체성과 이름을 가진다. 국적. 인종. 질병. 성별. 장애. 경제수준. 직업. 고용계약. 주거. 가족. 지역. 어떤 것도 언제든지 호명될 수 있다. 분리당할 집단은 임의로 정해진다. 그 러시안 룰렛에 공통점이 있다면 지정-낙인-퇴출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인용문은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유: 바우만, [현대성과 홀로코스트] 리뷰>.


Posted by 라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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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페데리치, 『혁명의 영점』 중 1부 가사노동과 임금 중

3장 〈부엌에서 만든 대안〉 발제문

 

신은 24시간 대기하는 전일제 무보수 만능 심부름꾼이라는 농담이 있다. 신의 손길은 몰라도 가정을 수호하는 손길은 흔히 보이는데, 수많은 여성들이 벽난로 앞의 천사로서 사랑과 헌신을 실천하는 만능 하인 노릇을 맡아온 덕이다. “엄마, 오늘 저녁 뭐야?”, “엄마, 내 티셔츠 못 봤어?” 혹은 다른 방식으로, “자기야, 오늘 저녁 뭐야?”, “자기야, 좋았어?” 이러한 봉사는 너무나 중요하고 신성한 영역이기에 가사노동, 감정노동, 재생산 활동은 감히 자본주의 생산구조의 일익으로 취급되지 못했다. 이처럼 생산이 인지되지 않는 노동, 임금으로 환산되지 않는 무가치한 노동을 전담하는 여성 노동자는 무용한 존재로 취급된다. “우리 엄마 집에서 놀아요.”, “하는 건 돈 쓰는 일밖에 없으면서.”

 

[혁명의 영점]1부는 가사노동의 임금투쟁을 다룬다. 3장은 원래 여성과 가사노동에 대한 보수라는 좌파 이론가 로페이트의 글에 대한 반론이었다. 페데리치의 혁명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임금투쟁을 통한 여성해방과 이로 인한 노동자 전체의 자유. 이는 노동과 노동계급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자본주의의 임금체계 밖에서도 대가를 주장하며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저자의 글로 유추하건대 로페이트의 글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노동-비노동, 생산-기생, 잠재력-무력함을 나누는 이분법이 등장한다. 여기서 여성은 진정한 노동계급이 아니라 노동자 이전의 상태에 있기에 우선 자본을 통해 조직되어야, 즉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페데리치가 반박하기를, 여성은 이미 노동자다. 여성이 떠맡은 노동력 생산 노동이 임금을 못 받는 부불노동이라 무시될 뿐이다. 사회는 아이와 함께 놀러간다는 활동을 노동이 아니라 엄마의 여가라고 부르는 식으로 가정 내 여성의 노동에 투명 망토를 씌운다. 현재의 ()가족, 돈 버는 가장과 집을 돌보는 아내라는 역할분담은 안정된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한 근대의 창조물이고, 여성부불노동을 제도화하는 현대의 노예제다.

 

설령 여성이 가사분담을 하고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 밖으로 나가 임금노동자가 되더라도, 여전히 집안일과 애보기가 여성의 영역으로 취급된다는 점과 노동시장이 여성에게 가정의 연장선상에 불과한 일자리 혹은 남성 대비 70%의 임금만을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여성은 경제력과 발언권에서 약자 입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성 임금노동자는 반찬값을 버는 사람이고, 결혼한 남자들보다 먼저 해고할 대상이다. 반면 주업인 가사노동에는 아무도 임금을 지불하지 않기에 누구도 이 노동량과 생산량을 재지 않는다. 가치가 없어서 부불노동이 된 게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여자는 노동계급에 기생하는 비노동계급이라는 비난을, 여성은 바로 그녀들이 길러내는 노동력에게 듣는다. 남자들이 힘들게 번 돈을 펑펑 써대는 속편한 여자들이라는 짜릿한 피해의식의 기원이다.

 

가사노동에 임금을!”은 노동자들이 제 삶을 찾는 데 다방면으로 기여한다. 당장의 경제력은 빈곤=여성의 공식을 깨는 비상탈출용 망치가 될 것이며, 이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넘겼던 목소리를 돌려줄 것이다. 계급투쟁을 위해 단결하라는 좌파의 정언명령은 대표성 획득에 실패한 이들의 발언권을 거두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노동자는 단일체가 아니라 (무임금을 포함해) 임금으로 규제 및 분할되고, 임금격차는 다시 성별이나 인종이나 지역 등으로 배분된다. 노동계급 중에서도 노동계급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기댈 건 도덕성이 아니라 힘이다. 자본-노동 관계에서 임금은 권력이기도 하므로, 소외되었던 집단은 임금을 통해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목표는 임금이 아니다. 가사노동의 생산성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 가사노동 임금투쟁은 세계 절반이 부당 착취를 당해왔다는 폭로이며, 어차피 착취할 거라면 돈이라도 내놓으라는 뜻이다. 따라서 경제주의적이라는 좌파의 비판은 틀리다. 임금투쟁은 임금상승 요구에 국한되지 않으며, 목표는 돈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다. 가사노동이 임금노동으로 변하면 가정마저 자본에 종속되리라는 지레짐작도 부적절하다. 임금이 노동자를 길들이는 당근과 채찍인 건 사실이지만 무임금이라고 채찍에서 자유로운 처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성의 해방은 여성만의 해방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별은 더 나은 노동자와 더 불리한 노동자를 가르는 여러 축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여성의 임금투쟁은 남성을 향한 공격이 아니라 착취구조를 향한 노동자들의 자기주장이다. 결국 그 열매는 제값을 못 받는 모든 노동자의 몫이다. “우리 투쟁의 목적은 이 노동을 종식시키는 것이며”, “가격표를 다는 일은 그 첫 단계이다.

 

다만 가사노동의 임금투쟁에서 전체 노동해방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는 저자가 확신하는 만큼 명확하지 않다. 흑인 남성의 자유가 백인 여성의 자유로 이어지지 않았듯, 어느 한 부문의 해방이 곧바로 전체의 진보가 되리라는 기대는 낭만적이다 못해 이상적이다. 그래도 저자가 한발 물러나 제시하는 안전망은 믿음직하다. 임금은 곧 권력이니 임금투쟁의 성과는 권력으로 돌아온다. 이는 적어도 물질적 기반, 더 큰 투쟁을 위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길이다. 누구 말마따나,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다.


Posted by 라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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